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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논란] 5. 불신천국 믿음지옥의 사회



[정치] 타블로와 대중의 믿음 혹은 광기


2010. 10. 06. 수요일

정치불패 흠흠흠

 

 

사실 타블로 사건 같은 경우의 패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똥녀 사건부터 시작해서 늘 있어왔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대중의 공분을 사고 대중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맹렬하게 공격하고 지식인들은 이런 새태에 대해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을 얘기하며 우려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고쳐지지 않는 지에 대한 의문과 해답은 종종 간과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나도 궁금해서 한 번 써본다.

 

천안함 사건과 광우병 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던 네티즌과 타블로와 개똥녀, 경희대 패륜녀에 대해서 비판하던 네티즌들이 서로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가정을 한다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풀릴지도 모른다. 개인의 사생활과 공동체와 관련된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렇게 간단히 나뉘어 지지 않는다. 상당수는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시하면서 타블로 사건에도 의혹을 가지는 네티즌 들이 많았을 것이다.

 


천안함 의혹과 타블로 사건의 교집합은 합리성이라는 외피를 두른 기관의 신뢰성에 대한 거부이다. 애초에 이 나라에서 합리성과 신뢰가 존재한다고 대중들이 믿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광우병 쇠고기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국민의 절대 다수협상과정에 문제가 심각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 즉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는 협상과정은 지극히 정상적이었으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네티즌는 믿었어야 했다. 한국이 합리성과 신뢰가 지배하는 사회였다면 말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보다 인터넷과 언론에 나오는 의혹들을 믿고 공신력 있는 기관과 치열하게 싸웠다. 정부의 공신력이라는 것이 인터넷 의혹만큼도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촛불집회를 통해 나타났다. 천안함 사건은 어떠한가 정부 관련 연구소에서 실험결과 까지 나왔고 1번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나왔고, 어뢰 설계도가 나왔는데도 믿지 못하고 의혹을 계혹 제기했다. 불행한 사태는 광우병, 천안함 사건 모두 이런 공신력의 반박을 하며 제기한 의혹들이 어느 정도는 사실로 들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이 사건 뿐인가 노무현 탄핵이나, 4대강 사업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건들이 이와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대중들은 한국 사회에서 상류계층과 권력자의 이해가 걸린 일에는 합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학습했다. 대중들을 더욱 절망시킨 것은 상위계층과 권력자의 이해가 걸린 일에는 서로 견제해야 할 언론도 법관도 고위공직자도 모두 입을 다문 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합리적인 체계가 작동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이 만천하에 들어나게 됐다.

 

사회의 합리적인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믿음에 의지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믿음 공조를 통한 대응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거짓만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믿을 것은 자신의 생각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조절 효과와 환경개선 효과에 대해서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믿음에서 오는 합리성은 그 연구 결과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쉬이 굴복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대중의 가장 지독한 불신을 받은 곳은 정치권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불신을 받는 곳이 연예계 이다. 연예계에 수없이 도는 루머가 루머로 끝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사실로 밝혀진 일도 너무 많고 연예인계 종사자들이 대중의 만족을 얻기 위해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하도 거짓이 횡횡하니 성형과 나이 속이는 것은 이제 그냥 관대하게 넘어가는 일이다. 연예계의 수없이 사라지는 루머들과 다르게 타블로 사건처럼 일파만파 커지려면 몇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공동체 전체의 규범 혹은 의무 혹은 이익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타블로 사건의 처음 문제 제기는 약간 맛이 간놈이 했지만 그 의혹이 최소한의 합리성을 얻는 과정은 네티즌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네티즌들 자신들의 유학 경험과 타블로의 방송을 일일히 대조를 하며 자료를 계속 쌓아가면서 문제 제기가 힘을 얻었다. 거기에 타블로 부모의 학력이나 수상 경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타블로 형은 그렇다면 나도 한 번 털어봐라라고 호기롭게 나섰지만 그의 학력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대중들에게나 타블로에게나 불행한 사건이었다. 가족들의 학력이나 수상경력이 정확했다면 최소한 의혹이 이처험 심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점점 타블로에 대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을 얻어갔다. 마지못해 타블로가 스탠포드 성적표를 공개했지만 학력 위조가 횡횡하는 한국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기에는 부족했고, 성적표 자체도 많은 의문이 제기 되었다. 결국 MBC스페셜과 동행에 스탠포드 대학에 직접가서 교무처장을 만나고 울프교수도 찾아갔다. 그러나 이미 신정아 사건에서 스탠포드 부학장이 인정했지만 뒤집혔던 전래가 있었기 때문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중들은 여기서 더 밀어붙여 봐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학습하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심심치 않게 상류계층과 권력자들이 합리성이라는 명목하해 비합리적 행위를 너무 많이 해왔다. 거기에 대중들은 자신들이 공유하는 믿음 혹은 광기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현재도 한국타이어삼성전자에서 희귀병 발생으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노동부역학조사는 이상없단다. 이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우리의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아마 우리는 입을 다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합라성과 신뢰라는 단어가치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순진한 믿음 혹은 광기만 나무랄 수가 있는가? 그동안 한국사회는 돈 있고, 많이 배우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합리적 사고가 작동하지 않은 사회로 이끌어 왔다. 한국사회가 합리성과 신뢰라는 단어를 찾지 못하는 이상 의혹과 의심은 여전히 대중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정치불패 흠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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