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논단] 어미 '한겨레21' [논단] 어미 한 생명의 어미가 된다는 것은, 내 안에서 열달 동안 존재를 공유하던 타자가 힘겹게 세상에 나와 하나의 생명체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눈물겨운 과정이다. 어미가 된다는 것은, 존재의 명령이 결단코 자아의 단독적 형성이 아니라, 무수한 타자들과 이어져 있는 공생의 형성이라는 것, 생명은 두렵도록 엄연한 것이며, 그 엄연함의 발현 안에 단지 자아는 하나의 가능태로 작용할 뿐이라는 것을 아는 것, 다만 인간은 ‘나’라는 거푸집을 어디에선가 얻어다 빌려쓰고 있을 뿐, 그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을 밝혀달라 어미는 존재의 본질적 명령이 겸손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미는 쓸쓸하다. 내 안에서 열달을 꼬물거리며, 힘들게 존재의 막을 뚫고 나온 저 신성한 생..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