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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ː

건강 지키는 ‘묘약’, 제대로 알아야 ‘약효’



◇ 황영조가 말하는 '달리기'

마라톤 열풍이 전국을 뜨겁게 하고 있다. 5월 들어 일반인이 참여하는 마라톤 대회가 전국 각 도시에서 매주 4~5개씩 열리며, 참가인원도 대회마다 1만여 명을 넘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공원과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도 눈에 띠게 늘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보약이라는 ‘달리기’. 하지만 잘못 알고 있는 달리기 상식으로 운동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도 늘고 있다. 대부분 장거리 달리기에 걸맞지 않는 엉뚱한 자세와 요령으로 달려 무릎과 발에 부상을 입거나, 그저 뛰기만 하면 몸에 좋은 줄 알고 무작정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황영조씨는 『장거리 달리기는 오랫동안 안전하게 뛰는 게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단거리 달리기 처럼 달리다가 금새 지치고 중도에 그만두는 등 운동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나 테니스 등을 배울 때 코치의 지도를 받듯이 달리기를 시작할 때도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장거리 달리기 주법과 원칙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 황씨의 조언이다.


장거리 달리기의 운동 효과는 오랫동안 안전하게 달리는 데 있다.
발은 뒤꿈치부터 지면에 닿게 하고 굴리듯이 뛰고, 팔은 등 뒤로 짧게 움직여야 한다. 또 팔과 다리를 전방을 향해 일직선으로 놓이게 한다.

황씨는 올림픽 당시 미국 방송의 마라톤 해설자가 그의 주법을 보고는 레이스 중반에 이미 황씨의 우승을 예언했던 일화가 있을 정도로, 장거리 달리기 주법의 교과서로 불린다. 그가 권하는 올바른 달리기 자세와 요령을 알아본다. 황씨는 최근 월간 마라톤 정보지 「런코리아(www.runkorea.co.kr)」를 펴내는 등 올바른 마라톤 상식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발 동작 = 디딤 발은 항상 발 뒤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아야 한다.
그 후 신발 바닥면이 지면에 닿고 나서 앞꿈치로 디디며 발이 지면에서 떨어져야 한다. 걷기 동작을 자연스레 달리기로 바꾼다는 기분으로 하되 무릎을 의식적으로 올려서는 안된다. 그래야 달릴 때 하체에 전달되는 자기 체중의 2.7~4.1배나 되는 하중을 분산, 장거리 달리기로 인한 발과 무릎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단거리 달리기 습관대로 발 앞꿈치로 치고 나가려 하거나 뒤로 튕기듯이 뛴다. 그렇게 되면 하체가 금새 피로해져 오래 달리지 못하고 하지 관절에 무리가 온다.

팔 동작 = 팔 동작은 가능한 짧게 해야 한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 오래 달리기 위함이다. 또 팔 동작은 등 뒤쪽에서 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그 반동으로 몸이 자연스레 앞으로 전진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팔을 100 달리듯 앞뒤로 크게 휘둘러 헛힘을 쓴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팔을 「V」자로 꺾은 채 주로 등 뒤쪽으로 툭툭치듯이 움직이면 된다. 팔이 엉치뼈 밑으로 내려와서는 안된다.

호흡 = 코로 숨쉬어야 오래 달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또한 입을 벌리고 「헉,헉」대며 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작 장거리 달리기일수록 산소를 몸에 많이 품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코로 숨을 적게 쉬거나 입으로 크게 내뱉으면 결국 산소가 부족해 금새 지친다. 따라서 숨을 들이 쉴 때는 코와 입으로 깊게 들이쉬고 내쉴 때는 짧게 내뱉어야 한다. 힘들수록 더 깊게 쉬어야 한다. 호흡 속도는 두 스텝에 들이쉬고 두 스텝에 내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밸런스와 페이스 조절 = 팔 동작과 발 동작은 전방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야 한다.
또 발이 「팔」로 벌어져선 안된다. 달릴 때 이런 상태가 유지 안되면 한쪽 편의 근육에 이상이 오기 쉽다. 달리기 하고 나면 몸이 더 쑤신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몸의 밸런스 조절이 안됐기 때문이다. 척추는 살짝 앞으로 기울인다.

페이스 조절은 몸 상태에 맞게 보폭으로 해야 하며 땀이 나기 전까지는 절대 스피드를 내선 안된다. 특히 내리막 길에서 발에 전해지는 하중이 더 커지므로 비만인 사람은 주의를 요한다. 초보자는 1시간에 약 5㎞를 뛰는 것이 적당하며 달리기가 끝난 후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운동량이 좋다. 달리기 시작전과 끝나고 나서의 스트레칭은 기본이다.

글: 김철중 전문기자·의학박사 doctor@chosun.com


◇ 달리기에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

가볍게 뛰기만 해도 가슴에 통증이 오거나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부정맥이나 협심증,심근경색증이 있는 사람, 심한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은 달리기를 하면 안된다.

또 중증 비만,심한 빈혈,운동을 하면 천식발작이 일어나는 운동유발성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런 사람들이 달리기가 좋다고 무턱대고 뛰다가는 가슴 통증,메스꺼움,두통,호흡곤란,현기증 등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으며,운동 중에 쓰러져 골절상을 입을 수도 있다.

다만 가벼운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비만, 골다공증, 관절염 환자들은 자신의 운동능력에 맞게 꾸준히 운동하면 몸에 좋다.이런 사람들은 혈액검사, 심장·폐 기능, 혈압, 초음파 검사 등과 운동부하 검사를 통해 맞는 운동처방을 받고 달리기 등 운동을 해야 한다.

- 달리기 운동에 오는 부상

아킬레스건염 : 발꿈치 뼈 뒤쪽에서 장딴지로 연결된 아킬레스건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염증(건염)을 일으킨다. 계속 무리하면 아킬레스건이 파열될 수 있다.염증이 있으면 둔탁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발꿈치 뒤쪽에 오며,발목을 움직일 때 소리 나기도 한다.달리기를 중단하고,소염제를 복용해야 하며,염증이 치료 될 때까지 하루 2~3회 얼음찜질을 한다.

연골연화증:무릎의 슬개골 아래 연골에 균열이나 마멸로 생기는 것으로 통증과 염증이 동반된다.언덕을 달린 뒤에 심해진다. 달리기를 중단하고 얼음찜질을 한다. 아스피린 복용이 권장된다.예방하려면 낡은 운동화를 피하고,울퉁불퉁한 길을 달리지 않는다.

장경인대증후군:허벅지 바깥쪽을 따라 연결된 긴 인대인 장경인대가 대퇴골과 마찰이 되는 부위인 무릎 바깥쪽에 생기며,통증과 염증이 함께 온다.2~3 ㎞쯤 달릴 때 통증이 오다가 그 이상 달리면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내리막길을 달리거나,한번에 너무 많은 운동량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족저근막염:발바닥에서 발꿈치~발가락으로 이어진 족저근막에 생기는 염증. 평발인 사람에게 발생하기 쉬우며,낡은 신발이나 딱딱한 신발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글: 임형균기자 hyim@chosun.com
도움말: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교수,최건식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운동처방실장


◇ 달리기 사고 사례

달리기는 체중이 다리에 집중되고 심장 등 혈액순환계를 격렬하게 만들기 때문에 적절한 강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부상이나 사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항상 자신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여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사
1년 전 달리기를 시작하여 하프마라톤까지 완주한 42세의 회사원 A씨. 종합검진 때 부정맥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강도 높은 운동은 피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달리기에 막 재미를 붙여 올 가을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 가끔 어지럼증을 느끼곤 했으나 무시하다 며칠 전 운동을 마치고 벤치에서 쉬고 일어나다 쓰러져 숨졌다.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사
풀코스 마라톤을 3시간10분대로 뛰는 아주 건강했던 회사원 B씨. 친구와 함께 남산 길을 뛰던 중 몸이 그전 같지 않자 말을 친구는 ‘엄살’이라고 비꼬았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친구가 먼저 오르자 오기가 발동했다. 달리기에 자신이 있던 그는 친구를 따라잡으려고 힘차게 달렸다. 오르막 중간쯤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늦었다.

운동중 고혈압
 비만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40대 후반의 C씨. 3년 전 처음 달릴 때는 숨이 차긴 했지만 달리기 재미를 느껴 그간 마라톤 풀코스도 서너 차례 완주. 작년 가을부터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겨 운동횟수와 강도를 높였다. 이후 운동만 하면 목이 뻐근해지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운동부하검사 결과 심장박동이 1분에 150회를 넘어서면 갑자기 고혈압 증세를 일으키는 ‘운동 중 고혈압’ 진단이 나왔다. 이를 모르고 더 욕심을 내서 운동했더라면 ‘큰 일’을 당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는 욕심을 접고 항상 심장박동 측정기를 착용하고 즐기면서 달리고 있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무릎인대 손상
30대 중반의 D씨는 달리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운동 초기의 고통이라 생각하고 매일 10㎞ 이상 달렸다. 어느 날 달리던 중 한 발짝도 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의사의 진단은 ‘십자인대 손상’. 즉각 달리기를 멈추고 적극적인 치료를 권유 받았지만 며칠 후 달려보니 괜찮은 것 같아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가니 ‘십자인대 파열’로 나와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은 아주 가벼운 달리기만 할 수 있는 그는 통증이나 부상이 있으면 치료 또는 휴식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글: 선주성·마라톤칼럼니스트


◇ 운동화 어떤 게 좋은가

운동화는 달릴 때 발에 오는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 운동량과 난이도에 따라 적절한 운동화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운동화는 발이 최대한 커져 있는 저녁 때 사는 것이 좋다. 장시간을 달릴 예상이면 가급적 가벼운 것이 권장된다.

비만한 사람의 운동화는 체중에 의해 뒤축의 쿠션이 한쪽으로 크게 눌려있는 경우가 많아 발목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뒤축의 휨을 방지하는 힐 커버가 잘 만들어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운동화는 대개 평균 600㎞를 뛰고 나면 충격 흡수 기능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그 때가 되면 운동화를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운동화의 발뒤꿈치 외측이 약 1㎝ 정도 닳아서 얇아져도 교환할 시기다.

한편 적당한 양말을 선택하는 것도 달리기 준비에 중요하다. 양말이 너무 크면 접히게 되어 물집이 쉽게 잡히고, 너무 두꺼운 면 양말은 땀이 배어 뛰는 데 불편하다. 면과 폴리에스터가 섞인 양말이 적당하다.

뒤축  달릴 때 충격은 운동화의 내측에 40%, 외측에 60% 전해진다. 따라서 발뒤꿈치 외측 높이가 약 2.5㎝, 내측은 약 1.5㎝인 것이 좋다. 이것은 발뒤꿈치에 부과되는 충격을 분산하기 위함이며 측면의 안정성이 증진된다. 아킬레스건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뒤꿈치가 높은 것이 좋다.

상부  유연하면서도 견고해야 한다. 윗 부분이 너무 얇거나 약하면 발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쏠려 염좌를 일으키기 쉽다. 또한 굽히고자 하는 방향으로 쉽게 굽혀져야 한다.

바닥  너무 두꺼우면 정강이 근육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 울퉁불퉁한 길을 뛰더라도 안정적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어야 하며, 바닥의 중간부는 아치형으로 들어가야 좋다.

출처: 김명화 서울중앙병원건강증진센터 부소장(조선일보|200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