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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논란] 4. 타블로와 미네르바



 

[정치] 타블로와 미네르바


2010.10.06.수요일

정치불패 사마리탄 

 

 

 

어제 딴지 메인에 올라온 타블로 관련기사를 봤다.

 

딴지 필진이 쓴 글은 아니지만, 편집을 딴지가 했으니 딴지가 타블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었다.

 

벌써 1년도 더 지났지만, 2009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네르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며 '뇌가 없는' 팔랑귀 네티즌들을 호도하는 사회질서 유린범 박대성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었나???

 

 

개인적으로 박대성이 미네르바인지 아닌지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그가 쓴 수많은 글과 내용이 전부 박대성 한명에게서만 나왔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야 어쨌든, 미네르바가 진짜로 검찰이 나서서 구속을 시켜서 몇개월이나 감방(구치소)에 가둬둬야할만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라고 생각하는가?

 

'미네르바사건'의 본질은, 국가권력차원에서, 국가권력이 시행하고자 하는 여러 정책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늘어놓고 또 그것을 키워나가는 '사이버세상'의 네티즌들을 병신으로 몰아 와해시키고, 그 반대편 현실세계의 보수 골통 추종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하나의 선동정책이었을 뿐이다.

 

솔직이 미네르바 따위의 글은 언제든 인터넷에 올라오고,비슷한 취지의 다른 이들의 글도 많았다. 2008년 가을, 미네르바가 한창 인터넷에서 이름을 날릴때도 그의 글은 추천수 겨우 수백에서 천, 평균 조회수 수천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 그의 글의 효과가 '다음 아고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유명해질리도 만무했다.

 

미네르바가 유명해진 계기공중파 방송에서 그를 취급하면서부터였다. 9시뉴스를 비롯,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를 다루면서 미네르바가 누군지 전혀 모르던 일반 사람들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국감에서조차 국회의원들에 의해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법무부장관은 드디어 한나라당 의원의 국감질문에 대해 '사회혼란의 의도가 있다면 그의 실체를 밝힐 용의가 있다'고 밝힌다.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오른 작년 1월, 검찰은 그의 집을 급습해서 그를 체포하고, 그가 고졸 백수임을 밝혀 수많은 추종자들을 허탈하게 만듦과 동시에, 보수 꼴통 지지자들에게는 '그러면 그렇지 젊은 애새끼들이 뭘 안다고 그러겠어? 인터넷인가 뭔가 그거 전부 헛거여' 라는 최고의 결과를 얻는다.

 

미네르바 사건의 본질은,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던 네티즌이 검찰에 구속되었던 사건'이라기 보다는 '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세상의 아이콘을 이용해서 네티즌들을 병신으로 만들고 정권에 유리하게 써먹은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미네르바가 구속된지 근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전략은 상당부분 적중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스스로의 명예를 더럽혀가면 말도 되지 않는 구속과 기소를 한 효과를 보기는 봤다는 말이다. 

 

 

이번 타블로 사건의 본질 또한 똑같다.

 

인터넷에서 타진요인가 뭔가를 중심으로 타블로에 대한 의혹을 까발린답시고 자기들끼리 놀고있던 몇달 전, 타진요의 회원은 겨우 수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공중파에서 타블로 의혹을 보도하면서부터 대중의 대폭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고, 드디어 MBC가 공중파에서 의혹을 보도한다는 기사가 나가자 5만을 넘더니 방송 당일에는 15만을 넘어서 현재는 18만명도 넘는다. 더구나 유사 싸이트까지 합치면 20만은 거뜬히 넘는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솔직이 타블로의 학력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중가수에게 석사 경력이 뭐가 중요하며, 설사 그의 학력이 가짜고 그 가짜 학력을 인기를 얻기 위해 좀 써먹었다 한들, 그게 4대강 파헤치는 만큼이나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인천공항매각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주에 방영될 MBC스페셜은 아마 보지는 않았지만(솔직이 지난 것도 못봤음), 우리 사회의 학력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만들어내는 비정상적인 행태와 인터넷 악플러들의 폐해에 대해 다루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나서 적당한 때가 오면, 즉 네티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검찰과 경찰에서 '타블로 학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결과는 당연히 '타블로의 학력은 진짜'라고 타블로의 손을 들어 줄 것이다.

 

여기서 타블로의 학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추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위폐전문가가 말했듯이 '위조지폐는 진폐와 99%가 같고 1%가 다르다. 하지만 1%가 다르면 그건 가짜다.'라고 한다. 즉, MBC스페셜이든 검찰이든, 위폐를 가지고도 그것이 진폐임을 주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1%만 보여주지 않고 나머지 99%만 보여주면 되니까.

 

 

그런 식으로 일단락이되면, 타블로에 대해 광풍처럼 몰아쳤던 대중의 관심은 식은 찐빵처럼 바람이 빠질 것이다. 

  

그리고 나오는 결말, "하여튼 아직도 인터넷 보고 찌질거리는 젊은 놈들이란...쯧쯧...."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영화에도 나오지만, 한 인간을 매장시켜 버리는데는 그 인간의 신용을 추락시켜버리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법이 없다.

 

2010년 대한민국의 권력은 인터넷 세상의 반대에 있는 보수꼴통들이 잡고 있다. 이들은 그들의 반대세력들인 네티즌의 신용을 추락시키고 찌질이 병신으로 전락시킬 애절한 필요가 있다.

 

그들은 앞으로도 4대강을 마저 다 파야 하고, 천안함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도 막아야 하며,  배추값이 오른 것이 4대강 때문이 아니라는 선전도 해야하며, 인천 공항 매각도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반대의 시작이 그들의 적인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정치불패 사마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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