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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면 ‘마케팅’이 보인다 - 뉴로마케팅이란?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면 ‘마케팅’이 보인다 - 뉴로마케팅이란?
2008년 10월 1일 / 삼성

신경이란 뜻의 ‘뉴로(Neuro)'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은 인간의 의사 결정과 선택 과정에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를 마케팅에 적용한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다.

스포츠카 광고가 힘이나 생존과 같은 본능적 욕망을 자극하고, 도넛 광고가 다이어트를 희망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파악해 우회적으로 날씬한 다리를 보여 주는 것 역시 뉴로마케팅의 영향이다. 소비자의 마음속을 파고들고 있는 뉴로마케팅을 살펴본다.


“이 주식은 2~3년 뒤에는 반드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어.” 소심한 씨는 A사의 재무구조와 연구개발 상황, 그리고 세계 IT산업 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A사의 주식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주가가 10% 하락했다. 소심한 씨는 단기적인 하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았다. 그러나 2년 뒤 A사의 주가는 네 배나 올랐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이 경우는 소심한 씨의 기대 이익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으로 단기 손실이 났을 경우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주식 투자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 자신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내려가면 감정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격렬히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두려움과 공포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처분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나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뇌가 주식을 팔도록 명령한 것이다.

소비자는 합리적이지 않다

전통 경제학은 경제 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인간 이성의 합리성'이란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최근 개개인의 경제 활동이 상품의 효용성이나 개인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지식구조나 믿음, 타인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반응 등 인지적 판단과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뇌에서 일어나는 인지과정과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다.

신경이란 뜻의 ‘뉴로(Neuro)'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은 이처럼 인간의 의사 결정과 선택 과정에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를 마케팅에 적용해 광고 효과 등을 분석하는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다. 2005년 미국의 <포천>은 뉴로마케팅을 10대 기술 트렌드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신경경제학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이란 뇌(腦) 영상장치다. fMRI 영상은 뇌의 특정 부위가 활동하면서 혈액이 모이는 현상을 마치 불이 켜지는 것처럼 보여 준다. 때문에 선택 상황을 주고 동시에 fMRI로 뇌를 촬영하면 인간의 무의식적 반응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문에서 가장 주목을 끈 연구는 2004년 미국 베일러 의대의 리드 몬태규와 새뮤얼 매클루어 박사팀이 신경과학 전문지 <뉴런(Neuron)>에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대한 소비자의 뇌반응을 fMRI로 확인했다.

먼저 눈을 가리고 콜라를 마시게 하면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는 거의 반반이다. 그런데 브랜드를 보여 준 다음 뇌를 촬영했더니 정서나 기억, 학습을 담당하는 부위가 반응했다. 결국 소비자는 맛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특정 브랜드의 콜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미 스탠퍼드대의 브라이언 넛슨 교수팀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가격을 매긴 고디바 초콜릿을 보여 주고 구매 결정을 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작동하는지를 분석했다. 먼저 초콜릿을 볼 때는 즐거움을 느끼는 뇌 부위가 반응했다. 그러나 가격표를 보자 위험과 고통을 감지하는 뇌 부위가 반응했다. 결국 소비자의 어느 쪽 뇌 반응이 더 우세한지에 따라 상품의 구매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설명보다는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라

지금까지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의 심리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설문조사를 해 왔다. 하지만 설문조사는 질문 방식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심지어 말이나 글로 한 답과 뇌의 반응이 서로 다를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본심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다.

뉴로마케팅에 신경경제학을 응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하다. 뇌 활동 분석을 통해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마케팅 연구에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소비자의 뇌 연구를 통해 스포츠카를 볼 때 사회적 지위와 보상을 연상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켈로그는 여성들이 식품 광고를 보면서 배고픔을 해소하면서도 날씬해지고 싶어 하는 상반된 감정을 파악했다.

그 결과 스포츠카 광고는 힘이나 섹스, 생존과 같은 본능적 욕망을 자극하게 됐고, 도넛 광고는 일일이 저지방을 설명하기보다는 날씬한 다리를 보여 주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신제품 광고에 대한 소비자 뇌 반응을 분석해 브랜드 리뉴얼에 활용,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소비자의 뇌가 해외 브랜드에 비해 감성 영역에서 반응도가 낮은 것을 확인하고 광고 모델의 이미지와 매장 분위기를 친숙한 느낌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배출

뉴로마케팅이 가능하려면 신경경제학에서 인간의 선택 과정을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신경경제학과 뉴로마케팅은 기초 연구와 응용 기술의 관계로 볼 수 있다.

현재 신경경제학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뉴욕대, 예일대, 스탠퍼드대, 칼텍대, 듀크대 등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신경경제학은 독자적인 학회가 생긴지 불과 4년밖에 안 된 신생 분야로 주로 심리학과와 경제학과의 대학원 과정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신경경제학은 이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프린스턴대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네만은 2002년 인간은 효용성의 극대화, 최적화 같은 경제적 원리를 위배하더라도 실용적인 여러 편법을 써서 추리, 판단, 결정하는 인지적 효율성을 선호하는 존재임을 밝혀 노벨상을 수상했다.

예를 들어 객관적으로 아무리 유망한 사업일지라도 실패 사례를 한 건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최고경영자는 객관적 성공 가능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실패 사례에 집중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기억되기 쉬우며 기억에 쉽게 떠올려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시작한 일은 조금 실패하더라도 더 투자하지만 남이 시작한 일은 같은 경우에 쉽게 중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내에서는 고려대 성영신 교수와 KAIST 정재승 교수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경경제학의 근원인 뇌 연구 자체가 뒤져 있어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미 예일대 의대 이대열 교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7월 <뉴런>지에 원숭이 실험을 통해 나중에 더 큰 보상을 기대하며 당장의 고통을 인내하는 선택에서 뇌의 어떤 신경세포가 작용하는지를 밝혀 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신경과학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은 나중에 이뤄지는 보상은 가치를 평가절하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뇌 차원에서 연구한 결과는 거의 없었다. 이대열 교수는 “시간과 연관된 의사 결정에 대한 최초의 뇌신경 연구”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마음까지 조종한다?

미국에서는 신경경제학과 뉴로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브라이트하우스, 세일즈브레인, 뉴로포커스, 루시스 시스템 등 뉴로마케팅 전문업체들도 속속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신경경제학이 인간의 행동을 조작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은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케이블TV에서 20분마다 광고가 나오거나 쇼핑몰에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음악을 틀어 주고, 백화점의 입구는 찾기 쉽지만 출구는 쉽게 찾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또 신경과학이나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숨겨진 생각을 읽는 도구이지 새로운 행동을 유발하거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시민단체가 미국 의회와 미국 심리학회에 뉴로마케팅 업체를 고발하도록 압력을 넣었지만 아직 어떤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이영완 /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