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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ː

What to say, How to say



What to say와 How to say의 행복한 만남

금강기획 정성수 국장


“튀는 광고 좀 해줘요”
“유머광고가 요즘 유행이니까 우리도 유머로 하자구”
“아냐, 이번엔 휴먼터치로 가자구”
“하여간 임팩트있는 광고를 했으면 좋겠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는 광고의 접근방법에 더 관심을 보이는 주문들이다. 광고제품의 시장상황이나 브랜드의 위치 등을 간과한 채, ‘튄다’, ‘임팩트’ 등의 단어가 여과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평가기준은 10人10色이므로 이런 식의 표현이 광고제작의 잣대가 될 경우 광고는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좋은 광고=튀는 광고?
하루에도 수백개의 광고가 TV 전파를 타고 있다. 광고인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지금 머리 속에 생각나는 광고를 떠올려보면, 아마 몇 개 안될 것이다. 혹시 우리가 만든 광고도 소비자에게 잊혀진 광고가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이쯤되면 ‘광고했으니까 팔리겠지’라는 생각은 정말 큰 오산인 것 같다. 그래서 자꾸 ‘튀는 광고’에 대한 주문과 욕심을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에만 집착한 나머지 광고 자체는 화제가 되었으나 제품은 실종된 사례를 우리 광고사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다. 즉 광고는 기억나는데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매출과는 전혀 상관없이 ‘광고만 성공하는 광고’를 만들게 된 것이다. 결국 ‘수술은 성공, 그러나 환자는 사망’이라는 기현상의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다.

좋은 광고=전략적 광고? (전략적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오해)
또 하나의 오류이다. 전략적 광고는 다분히 판매위주의 광고이므로 메시지 중심의 딱딱한 광고이며, 따라서 크리에이티브가 없어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해이다. 크리에이티브는 짜맞추는 퍼즐게임 공식이 아니다. 이른바 컨셉을 그대로 헤드라인으로, 비쥬얼로 제시하면서 전략적이라고 우긴다면 그 전략적 광고는 대단한 게 못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컨셉이란 그 광고의 결과로 최종적인 소비자 반응이 그렇게 느껴지게 한다는 뜻이지 그 말이 그대로 광고에 표현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값이 싸다’라는 컨셉이라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헤드라인으로 대문짝만하게 크게 올라가는 건 내공이 보이지않는 1차원적인 크리에이티브에 불과한 것이다. ‘값이 싸다’는 카피가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광고를 보고 나서 값이 싸다고 느낄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설득력있는 광고가 되는 것이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그의 롤스로이스 자동차 광고에서,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안에서 당신이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소음은 전자시계 소리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차”라고 한다면 어땠을까?

차량검사 시스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한 폭스바겐 광고에서 단 한 마디의 충격적인 단어 ‘Lemon’이라는 헤드라인 표현을 쓰는 대신, ‘가장 완벽한 자동차검사 시스템’이라고 썼다면 과연 얼마만큼 주의해서 그 광고를 보았을까?

What to say & How to say
광고목표가 살아있는, 즉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함축된 의미가 잘 녹아있으면서도 크리에이티브가 튈 수 있다면 광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여기 요즘 TV전파를 타고있는 두 편의 광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MP3 내장기능을 갖춘 제품의 특징을 뮤직폰으로 정리한 후, 음악을 타고 버스를 즐기는(?) 상황설정이 깊이가 느껴진다. 즉, 신나는 음악에 저절로 반응하며 즐거운 버스를 탄 사람들의 표정이 제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먼저 사무실이나 길거리가 아니라 달리는 버스라는 상황설정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후반부의 버스의 흔들리는 모습 또한 전체흐름에 맛을 더하면서 즐겁게 마무리해준다. 무수히 많은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굳이 제품의 기능설명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제품의 특징이 잘 전달된다. 말보다는 비쥬얼을 느끼는 타겟의 감성에도 잘 어필하고 있다. 많은 말이 필요없다. “음악 살리고~” 이 한마디만을 명확하고 의미 있게 던지고 있다. 그리고 No.1다운 여유로움과 의연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광고의 노출량을 보면 어느 정도 노이즈를 느낄 만한데도 볼 때마다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힘이 남아있다. 타겟과 전혀 상관없는 5살 어린 딸도 이 광고 무지 좋아한다. 그만큼 쉽다는 뜻이다. 이 광고가 나오면 딸의 지시에 따라 같이 내 어깨를 들썩여야만 한다. 명확한 컨셉이 담긴 광고, 그러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좋은 광고이다.

또다른 한편의 핸드폰 광고이다.


요즘 인기 있다는 ‘이종격투기’가 소재라는 점이 이채롭고, 마지막의 코믹한 반전을 통해 컨셉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대결장면을 남남이 아니라 남녀로 설정, 그리고 남녀의 역할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기 때문에 광고의 호기심과 주목도를 마지막 장면까지 잘 끌어가고 있다. “머리를 써라. 놀라운 일이 생긴다” 딱 한번 보고도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메시지, 매체기획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 같다. 한편으로,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는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SKY의 브랜드 퍼스낼리티까지 잘 이어가고 있다.

좋은 광고는 what to say와 How to say의 행복한 결합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제품보다는 광고만 남는 광고, 즉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실종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제품과 메시지 전달에 필요이상 힘이 들어가면 주목 받지 못하고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골프에서 보내고자 하는 목표지점까지 공을 멀리 보내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미스샷이 되기 쉽다. 그래서 힘빼는 데만 5년이 걸린다고 한다. 마찬가지이다.

광고메세지를 멀리 잘 보내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브에 힘을 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