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모르는 분이 많나 보네요.
중학교,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피천득님의 명작,
'은전 한 닢'이라는 수필의 패러디입니다ㅡ_ㅡ;;;;;;
내가 오크밸리에서 본 일이다.
늙은 가난 보더 하나가 패트롤에 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막데크를 타고 내려가면서
"황송하지만 이 턴이 뒷발차기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시즌권을 대리 사용하다 걸린 죄인과 같이 패트롤의 입을 올려다 본다.
패트롤은 가난 보더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카빙 라인을 훑어보고 '좋소'하고 OK 사인을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벌어진 데크를 부여잡으며 알리를 몇번이나 치며 내려간다.
그는 주위를 자꾸 훑어보며 얼마를 가더니 이번엔 고릴라 자세 보더를 찾아갔다.
고릴라에게 손짓을 하고 한참을 턴을 하며 내려오다 자신의 턴 라인을 보여주며
"이것이 정말 카빙으로 만든 라인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고릴라 보더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 보더니,
"이거 알파인 아니야?"
가난 보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얼티메이트 엣징이란 말이냐?"
"누가 막데크에 얼티메이트 엣징을 합니까? 베이직턴이 엣징한다고 카빙되나요? 어서 평가해주십시오."
가난 보더는 카빙 라인을 가리켰다.
고릴라 보더는 웃으면서 '좋소'하고 보내주었다.
카빙 라인을 가지고 진가(眞價)를 확인하는 가난보더.
그는 알파인이 따라오는걸 보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자기가 그린 카빙 라인을 누가 지우지 않았나 돌아보는 것이다.
아이스반 위로 카빙 라인이 제대로 그려지자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턴 하다가 피클이 남아있는 가생이에서 숏턴 치더니,
펜스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카빙 라인에 슬립은 없는지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위에서 오고 있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무슨 데크가 그렇게 좋습니까?"
하고 나는 내려오며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비키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되올라가 자기 카빙 라인을 보호하려고 했다.
내가 사이드 슬리핑으로 지워버리려는줄 알았나 보다.
"염려 마십시오. 지우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데크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울티메이트 엣징 탓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얼티메이트 엣징을 해줍니까? 사포질 한 번 해본 적이 없습니다.
왁싱 한 번도 백번 출격에 한 번이 쉽지 않습니다. 연속 베이직 턴으로 하루하루 내공을 쌓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경험치로 너비스턴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너비스턴 2년치를 가지고 벤딩턴과
슬라이딩턴을 만들었습니다. 이러기를 다시 3년 하여 겨우 이 귀한 칼 카빙 한 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카빙 라인을 얻느라고 6시즌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카빙을 완성했단 말이오? 그 카빙으로 무엇을 하려오? 대세는 깔끔한 원에리가 아니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저... 이 카빙라인,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쓰고 보니 아무래도 제 얘기가 될듯 싶습니다...ㅜ_ㅜ
- JohnBird -
출처: 헝그리보더 (www.hungryboarder.com)
저자: John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