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면 藥, 못 달리면 毒
달리기 인구 폭발 마라톤대회 인기
달리기는 만병근원인가 만병통치인가
달리기 대회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대회들이 폭발적 마라톤 인구 증가에 발맞춰 달리는 거리를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이 큰 풀코스(42.195㎞)보다 하프(21.0975㎞)나 10㎞, 5㎞로 줄이는 전략으로 모집 마감을 조기에 달성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달리기 인구가 느는 만큼 무리한 욕심으로 오히려 관절이나 근육 등에 치명적 부상을 입어 평생 달리기와 거리를 둬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끉이지 않고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의사들의 전국 모임인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회장(외과 전문의)은 “달리기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게 너무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부상을 당하기 쉽다”며, 초보자라도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훈련 계획을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겨레 신문의 달리기특집 "잘 달리면 藥, 못 달리면 毒"관련 기사를 올립니다.
◇ 달리기는 만병통치
30분정도 지나면 지방 분해
체중조절 효과·혈액순환 원활
뇌졸중·관상동맥질환 등 예방
달리기는 전신운동이며 심장의 능력과 호흡 기능을 향상시키고 온몸의 근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특히 지구력이 크게 좋아지게 한다. 달리기는 또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운동이 아니어서 가족 모두가 함께 누구든 할 수 있고 운동 중에 격렬한 신체 접촉이 없어 상대적으로 부상 위험도 낮다. 게다가 달리기는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서 체중조절에 큰 효과를 주는 운동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는 “운동을 시작해 30분 정도는 근육 속의 글리코겐을 주로 사용하지만 30분이 지나면서 몸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바꿔 쓴다”고 설명했다. 달리기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정신적으로도 성취감을 높여 다른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다.
◇ 잘못된 달리기는 만병근원
무릎관절·허리·목 다치기 쉬워
피로골절·아킬레스건염 주의
달리기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취감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의 몸에 부담되는 거리를 달려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모든 운동이 부상의 위험성은 있지만 달리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하체 부상 확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박 교수는 “특히 발은 날마다 수천번씩 지면에 부딪치면서 엄청난 충격을 견뎌내야 하는데 달리기는 그 압력을 크게 해 부상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 무릎관절은 주변의 인대와 힘줄에 의존해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외부의 압력을 견디고 있어 다치기 쉬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엉덩이관절은 사람의 신체 가운데서 튼튼하고 가장 안정성 있는 부위로 부상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외에도 허리나 목 등에도 부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하체에 비하면 흔한 편은 아니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고영진 교수는 “가장 심각한 손상으로는 발과 무릎에서 발생하는 피로골절이다”며 “다리에 지속되는 충격이 쌓여 발가락과 발목관절 사이, 발뒤꿈치, 발목과 무릎관절 사이에서 생기며 운동 뒤 골절 부위의 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단순 방사선 검사에 잘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달리기 부상으로 아킬레스건염도 매우 흔하며 심하면 아킬레스건의 파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도 달리기 중이나 마친 뒤 발꿈치 앞쪽이나 중앙에 통증을 느끼는 발바닥 근막염, 흔히 삐었다고 말하는 발목관절의 염좌도 주의해야 할 부상이다.
◇ 준비·정리 운동 하면 만사형통
준비·마무리 운동 철저하게
운동량 조금씩 늘리며 적응
달리기 부상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마무리 운동을 하는 것이다. 본격적 달리기에 들어가기 전 관절과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스트레칭과 10~20분 정도 빠르게 걷기나 가벼운 달리기를 해 심혈관계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달리기가 끝난 뒤에도 같은 방법으로 회복 훈련을 꼭 해야 한다. 달리기 시간은 1주일~1개월 정도의 적응기간을 두고 달리는 시간을 5분씩 늘려가는 식으로 단계별로 늘여간다.
운동화는 달리기의 유일한 장비라 할 수 있다. 본인이 느끼기에 발이 편안하고 가벼우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운동화를 찾는 것이 좋다. 전문매장에 가 자신의 발 모양과 걷기 모습에 따라 알맞는 신발을 선택해 조금 비싸다 싶더라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를 세워 달리는 것이 좋긴 하지만 운동을 오래 지속하기 힘들면 하루 2~3회 운동시간을 나눠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르막길은 몸을 앞으로 굽히고 무릎을 앞으로 옮겨 나가고 발의 착지는 앞꿈치부터 보폭은 좁게 하는 것이 좋고, 내리막길은 발의 착지가 뒤꿈치부터 닿게 하고 보폭은 크게 하고 발걸음 횟수를 올려 준다.
강도 높은 달리기 뒤에는 충분한 휴식으로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하며 달릴 때는 달리기 자체를 즐기도록 해야 한다.
◇ 달리기 전 후에 스트레칭 근육별로 30초씩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칭에 신경을 써야 할 주요 근육들은 엉덩이 관절의 굴곡근, 허벅지 사두근, 무릎과 발의 굴곡극, 아킬레스건 등이다. 스트레칭은 각각의 자세를 30초 정도 유지하는 게 좋다.
▶ 엉덩이 관절의 굴곡근
상체를 곧게 세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는 앞으로 내어 무릎을 굽히고, 다른 쪽 다리는 뒤로 쭉 편 채 스트레칭이 되도록 한다. 뒤꿈치가 약간 들려도 괜찮다. 엉덩이를 앞쪽으로 밀면 굴곡근이 스트레칭된다. 이 때 배에 힘을 주어 허리가 굽혀지지 않도록 주의한다.<그림1>
▶ 허벅지 사두근
상체를 세우고 똑바로 선 상태에서 한쪽 다리의 무릎을 굽힌 채 발목을 움켜쥐고 뒤꿈치가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당긴다.
▶ 무릎의 굴곡근
다리를 쭉 펴고 등을 대고 눕는다. 한쪽 다리의 허벅지 뒤쪽을 움켜잡고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 허벅지 뒤쪽이 스트레칭이 느껴질 때까지 당긴다.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선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여 근육에 스트레칭이 되도록 숙여서 할 수도 있다.
▶ 발의 굴곡근
상체를 굽히고 두 다리는 똑바로 펴고 발목을 위로 젖힌 상태에서 손으로 발가락을 잡아 발목 쪽으로 당긴다.
▶ 아킬레스건
계단 난간에 발 앞꿈치를 대고 똑바로 서서 체중을 이용해 서서히 아래로 내린다.
◇ "10km정도 가볍게 달리면 적절"
"10km정도 가볍게 달리면 적절"
“달리는 것만큼 건강관리에 좋은 운동이 없습니다. 그러나 달리기에도 욕심은 금물입니다.”
의사들의 달리기 동호회인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51) 회장은 자신이 달리기에 ‘미친’ 애호가로, 홈페이지( www.runningdr.co.kr)를 통해 달리기에 관한 의학적 상식을 전파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칼로리 및 비만 지수, 적절한 심박수 등을 개인에 맞게 계산해 볼 수 있는 기초정보에서부터 달리기 요령과 부상에 관한 의학정보들이 다양하다. 동호회 회원은 500여명에 이르며 지역별 모임을 갖춰 각종 마라톤대회에 함께 참여하기도 하고 ‘마라톤 패트롤’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마라톤 풀코스를 공식대회에서 41번이나 달렸고, 기록도 3시간17분대로 아마추어 선수급이다. 1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해 9시간30분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운동으로 달리기를 하려는 사람들은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기보다는 가벼운 달리기가 좋다”고 권했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욕심내서 달리면 부상의 위험성이 커지지만, 10㎞ 정도를 목표로 잡고 가볍게 달리면 안전하며 건강을 지키기에 적절하다고 했다. 점진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여 달리기가 몸에 익숙해지게 하면서 스트레칭이나 준비운동을 철저히 한다면 부상의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출처: 한겨레 신문(2003.04.09)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