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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소비 문화를 이끄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에코 럭셔리’

으뜸복숭아 2008. 11. 6. 11:40


[소비 트렌드] 엘리트 소비 문화를 이끄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에코 럭셔리’
2008년 11월 5일 / 삼성

환경과 품격을 동시에 고려하는 친환경 명품이 각광받고 있다. ‘에코 럭셔리', ‘에코 웰빙', ‘오가닉 럭셔리' 등으로 불리는 이러한 소비 문화의 특징은 고급스럽고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가치가 부여된 상품과 서비스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생겨난 소비 문화의 한 트렌드라 할 수 있다. ‘환경'이라는 가치를 담은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에코 럭셔리족'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익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소비 문화는 엘리트적이라 할 수 있다. 친환경적인 명품을 추구하는 엘리트 소비 문화를 소개한다.


명품에 담긴 새로운 의미 ‘친환경'

뱅앤올룹슨, 네스프레소, 벨루티, 브리오니, 키엘의 공통점은? 언뜻 보기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덴마크의 명품 홈엔터테인먼트 브랜드인 뱅앤올룹슨(Bang & Olufsen)과 스위스가 자랑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브랜드 네스프레소(Newspresso), 프랑스의 명품 구두 브랜드 벨루티(Berluti), 이탈리아 수제 수트 브랜드 브리오니(Brioni), 미국의 천연 화장품 브랜드 키엘(Kiehl's)은 나라도, 제품도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분명히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에코 럭셔리'를 추구하는 제품들이라는 점이다.

에코 럭셔리(Eco-luxury)는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명품을 뜻하는 럭셔리(Luxury)의 합성어다. 고급스럽고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가치가 부여된 상품과 서비스를 뜻한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생겨난 엘리트 소비 문화의 한 트렌드다.

 

에코 럭셔리 제품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품질은 물론 환경까지 신경 쓰다 보니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경'이라는 가치를 담은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인 공익까지도 챙기겠다는 사람들이니 그들의 소비 문화는 엘리트적이라 할 수 있다.


친환경 소재와 생산 방식, 생산지의 환경까지 고려

모던하고 세련되었으며, 전위적이기까지 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뱅앤올룹슨 제품은 모두 아노다이징 처리된 알루미늄(Anodized Aluminum)으로 제작된다.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은 산화 처리된 일종의 친환경 금속으로, 오염도가 높은 크롬·니켈·카드뮴·아연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뱅앤올룹슨은 1992년 덴마크 스투루어(Struer)에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 제작을 위한 공장을 세웠다. 이미 16년 전부터 제품 생산 과정에 ‘환경'이란 요소를 고려했던 것이다. 디자인과 품질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고려한 이 제품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3,000만 원에 달하는 스피커, 800만 원이 넘는 DVD 플레이어에 3,580만 원이나 하는 TV도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이 회사는 지난해 60여 개국에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종합식품회사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최고급 캡슐커피시장을 개척한 네스프레소는 ‘네스프레소 AAA 지속가능 품질 프로그램'이라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네스프레소와 주요 공급업체들이 커피 재배 농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최상급 품질의 원두를 생산하는 동시에 커피 생산지의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네스프레소는 2002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수익률뿐 아니라 환경까지 고려한 네스프레소 커피 제품의 가격은 프리미엄 커피시장의 평균 가격보다 10%나 비싸다. 하지만 네스프레소는 이 프로그램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 친환경 명품 커피 네스프레소의 매출은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30%인 ‘네스프레소 AAA 지속가능 품질 프로그램' 커피 비중을 오는 2010년에는 50%까지 올릴 계획이다.

비싸기로 유명한 수제 수트 브랜드 브리오니와 명품 구두 브랜드 벨루티 역시 에코 럭셔리의 대명사다. 우선 브리오니는 아직까지도 수트를 제작하는 전체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경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탈리아 수트 업체들이 1960년대부터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체제로 생산방식을 바꿀 때도 브리오니는 수작업을 고집했다. 기계화가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량을 늘릴 수는 있지만 정통 수트 생산 방식에 반(反)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리오니는 그 후 이탈리아 북부 펜네 지방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고, 매년 수익금의 일부를 펜네 지방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펜네 지방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야 브리오니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행복하고, 그렇게 생산된 수트가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인기를 더해가는 브리오니의 매출은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작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벨루티 역시 모든 제품을 천연 가죽으로 만들고, 환경에 해로운 합성 화학 연료나 피혁을 사용하지 않는다.

 


패션, 화장품… 에코 럭셔리 제품이 소비자에게 인기

친환경 제품 생산과 소비의 움직임은 이미 모든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패션 분야에서는 2007년 2월 뉴욕에서 시작된 ‘레니(LENY: Limited Edition New York)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레니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와 유명인들이 특정 콘셉트에 따라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한 후 수익금을 미국의 환경운동가 엘 고어의 ‘지구 온난화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 로에베, 미소니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모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앞다퉈 레니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데, 지난 1월 파리에서 열린 ‘파리 란제리 쇼'의 주제도 ‘환경'이었다.

영국 디자이너 안냐 힌드마치는 지난해 ‘나는 플라스틱 백이 아니다(I'm not a plastic bag)'란 문구가 새겨진 장바구니를 출시해 대박을 터트렸다. 2만 5,000개 한정판매로 기획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8만여 명이 친환경 장바구니를 사기 위해 몰려드는 바람에 매장마다 북새통을 이뤘고,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정가의 3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천연 화장품 브랜드 키엘(Kiehl's)은 천연 소재와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해 에코 럭셔리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 결과 키엘은 지난해 국내에서 광고 없이 전년 대비 2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국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50여 개 화장품 브랜드 중 최고다. 국내에서도 이미 에코 럭셔리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충분하다는 증거다.

한편, 키엘이 미국의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3년간의 공동작업을 통해 출시한 바디 클렌저는 환경보호를 위한 프로젝트 제품으로 철저히 친환경적이다. 이 제품은 28일 내에 자연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성분을 포함시켰다. 포장과 라벨도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으며, 이 제품의 판매 수익금은 모두 환경 관련 재단에 기부된다.

 

천연 화장품 브랜드 아베다(Aveda)는 매년 ‘지구의 달 캠페인' 모금 활동을 위한 스페셜 컬렉션을 선보일 때, ‘깨끗한 물이 부족해 15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죽습니다'라는 신랄한 비판의 문구를 집어넣는 등 급진적인 행태를 보이지만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

클라란스(Clarins)는 스위스 앙따뉴의 나비 보호 지역, 프랑스 안시 호수 등 천혜의 아름다움이 숨쉬는 곳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알프 액션'이라는 단체와 함께 수년간 자연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클라란스는 알프 액션과 함께 청정 지역의 땅을 조금씩 사모아 동식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한 후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은 명분이 아닌 생존 이슈

자동차 분야에서 ‘친환경'은 명분을 넘어서 생존의 이슈가 됐다. 고유가와 각국의 친환경 정책이 자동차 업계를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에코 럭셔리를 선호하는 자동차 마니아들도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BMW는 수소자동차인 ‘하이드로젠7(Hydrogen7)'을 앞세워 에코 럭셔리족의 관심을 끌고 있다. BMW 하이드로젠7은 액화 수소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미래형 수소 연료 세단으로 현재 상용화되기 전이지만, 런던의 시장 니키 가브런, 막스앤스펜서의 최고경영자 스튜어트 로즈,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왈제네거, 영화배우 브레드 피트 등 명사들은 이미 리스 형식으로 이 차를 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국내에서도 시승식이 열려 국내 에코 럭셔리족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본 도요타는 일찌감치 하이브리드 카인 ‘프리우스'를 개발해 ‘환경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물론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개척해 매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에코 럭셔리는 이미 미래 트렌드가 아닌 현재 진행형 트렌드다. 그것도 모든 제품 분야에 걸쳐 진행 중이다. 유럽과 일본처럼 선진국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하다. 이제 더 이상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도 존경받을 수도 없다.

소비자들이 사랑하지도 존경하지도 않는 기업의 제품을 단지 품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가능성은 갈수록 줄고 있다. 왜냐하면 경쟁자가 틀림없이 그 틈새를 파고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에코 럭셔리로 대표되는 엘리트 소비 문화에 대비한 제품 개발과 전략 수립에 전력투구해야 할 때이다.


- 송동훈 /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