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있는 곳에 전쟁 없고, 스타벅스 많은 곳에 금융위기 심각하고!
맥도날드 있는 곳에 전쟁 없고, 스타벅스 많은 곳에 금융위기 심각하고! | |
2008년 11월 3일 / 삼성 [외신전망대] | |
과거에는 맥도날드 빅맥이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는데, 요즘은 스타벅스가 타깃이다. 스타벅스 외에 맥도날드의 빅맥, 애플의 아이팟 등도 자본주의의 상징적 상품으로 회자된 바 있고, ‘빅맥 지수'나 ‘아이팟 지수' 등이 그 나라의 구매력을 알려 주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적 상품과 경제 상황과의 관계를 살펴 보자.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매장은 어느 나라든 메뉴판, 인테리어 등이 동일하기 때문에 익숙한 곳에 있다는 안도감마저 주었던 게 사실이다. 외국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를 정할 때도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누구나 알고 있는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먼저 떠올랐다. 이렇듯 이 두 브랜드는 확실히 각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 이상의 존재다. 두 브랜드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필자도 애용하는 이들 브랜드가 있는 나라의 경제는 적어도 우리나라와 같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래서 일종의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적 상징성이 강한 브랜드 혹은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를 예로 이러한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여행 중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꼭 맥도날드 햄버거나 프렌치 프라이를 먹고 싶다는 절실함을 느꼈으며, 그럴 때면 각 나라의 맥도날드 매장을 찾았다. 그러다 요르단이나 이스라엘 등에도 맥도날드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분쟁방지에 관한 골든 아치(Golden Arch) 이론'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그 내용은 1999년 중반까지 맥도날드 체인점이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이 이론의 예외가 발생했지만 ‘골든 아치' 이론은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설명하는 데 꽤 유용한 예로 활용돼 왔다. 맥도날드의 대표 상품 빅맥(Big Mac)은 각국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수로 사용되기도 한다. 1986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측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빅맥은 어느 나라에서나 살 수 있고, 크기와 값이 거의 같기 때문에 이를 통해 물가를 측정해 비교할 수 있는 것. 각국 통화가 미국 달러화에 비해 고평가됐는지, 저평가됐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시애틀의 작은 커피 전문점에서 출발한 스타벅스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커피 문화를 선도해 온 기업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기울면서 매출 둔화로 고전하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대표적인 혁신 기업이었다.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2007년 ABC 뉴스가 선정한 ‘지난 25년간 세상을 더 좋거나 나쁘게 변화시킨 인물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그는 좋은 쪽으로 변화시킨 인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스타벅스만큼 공격을 당하고 있는 기업도 별로 없다. 스타벅스가 뭘 하든 안티(Anti)가 생긴다. 그건 들춰 보면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혐오감의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반미 시위가 벌어지곤 한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 자금성에서는 ‘중국 문화를 해친다'는 국가적 비난 때문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는 ‘스타벅스가 금융위기의 척도'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지역 혹은 나라에 금융위기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와 웹진 <슬레이트(Slate)>의 경제 칼럼니스트 대니얼 그로스는 최근 ‘벤티 사이즈(스타벅스의 20온스짜리 컵. 가장 큰 사이즈로 여기서는 큰 규모라는 의미)의 경기후퇴?(A Venti-Sized Recession?)'란 칼럼을 통해 금융위기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라스베이거스, 플로리다와 뉴욕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들은 부동산과 신용 버블이 급격히 일었다가 꺼진 곳들이다. 그로스는 이곳에서 스타벅스 매장은 부동산 브로커와 고객들이 모이는 휴게소 역할을 했고, 월가가 위치한 맨해튼 지역에만 매장이 무려 200개나 되며, 네 개 대형 투자은행 1층에도 위치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즉, 스타벅스는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파생상품인 자산담보부증권(CDO)에 대한 서류를 만들던 금융시장 종사자들, 복잡하고 모호한(그래서 부풀려진) 모기지 대출 서류와 씨름하는 부동산 브로커들에게 커피를 제공해 주었고, 결국 거품 경제를 조장하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지어 놓으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스타벅스의 공격적인 확장 정책도 교외 지역의 부동산 개발 붐과 맞물렸고, 스타벅스 매장 수도 2006년 봄 정점을 이루고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미국 외 지역에서도 이런 가설은 많은 경우 적중한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금융사와 헤지펀드, 자산운용사가 큰 타격을 입은 호주에 스타벅스 점포는 23개가 있다. 대형 은행 국유화를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금융위기가 심각한 영국 런던에는 256개, 부동산 시장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48개, 아랍에미리트 연합 두바이에는 48개, 그리고 한국에는 253개 점포가 있다.
이렇게 위기의 상징으로까지 지칭될 정도로 스타벅스는 자본주의의 대명사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소비 지향적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비유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하듯 스타벅스는 후진국 근로자에게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가 돌아갈 수 있도록 상품 및 원료를 구입하는 공정무역(Free Trade)에도 열심이다.
한편 경기침체로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전 세계 기업들이 깊은 우려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상품들도 있다. “립스틱이 잘 팔리면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경기가 기울었을 때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의 회장 레오나드 로더(Leonard Lauder)는 평소보다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해서 립스틱이 잘 팔리면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의 ‘립스틱 이론(Lipstick Theory)'을 내놓았다. 그는 여성들은 불황이 되면 값비싼 의류를 구매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립스틱을 사면서 위안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몇 해는 립스틱 시장이 둔화됐지만 올 들어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서 화장품 업체들이 립스틱 판매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뉴스위크> 역시 클레이본(Claiborne) 같은 업체들이 립스틱 판매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또 불황이 오면 사람들의 현실도피 성향이 강해져서 극장도 성황을 이룬다고 보도했다. 지난 일곱 차례의 경기후퇴(Recession)에서 다섯 차례는 그랬다는 것이다. 또한 비디오 게임 판매도 급증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닌텐도가 ‘불경기에 소비자들은 집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를 선호한다'는 이론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닌텐도의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한 2,520억 엔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 늘어난 8,369억 엔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엔고 때문에 올해 전체 실적 목표치는 낮춰야 했다. 엔고가 계속될 경우에는 이런 ‘불경기 호재'도 별 수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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